문학동네시인선 199 『희귀종 눈물귀신버섯』

Q1. 첫 시집 『폭설이었다 그다음은』 이후 3년 만에 두번째 시집 『희귀종 눈물귀신버섯』을 출간하셨어요.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,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? 두번째 시집을 선보이는 마음은 어떤지도 말씀해주세요.

3년보다는 한 6년여 정도의 시간을 지나온 기분이랍니다. 왜냐하면 첫 시집을 내고 얼마 안 되어 코로나가 터졌거든요. 독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우울감에 빠질 때도 있었고, 또 반강제적인 고립 생활에 지쳐 분노나 슬픔 같은,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수시로 솟구쳐올라오기도 했었어요. 제 마음을 잘 다스려보려고 노력했던 시기였네요. 그래서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. 하지만 그 마음들을 고스란히 붙잡은 덕분에 이렇게 두번째 시집을 만들 수 있었어요. 그런데 말이죠, 어째 설레는 게 아니라 오싹한 기분이 들어요. 축축하거나 들끓는 감정으로 메꾼 이 시집이 왠지 제게 귀신처럼 들러붙은 것 같달까…… 저 혼자 자라나 제게서 떨어져버린 이상한 유기체 같아요. 그만큼 떨리고 무섭습니다.

Q2. ‘희귀종 눈물귀신버섯’이라는 제목이 무척 독특해요. 분명 잘 아는 단어들인데, 합쳐놓고 보니 언뜻 으스스하게 느껴지기도 하고, 기묘한 인상을 주기도 해요. ‘눈물’ ‘귀신’ ‘버섯’은 이번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존재들이기도 한데요. 이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, 특별히 이 세 가지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.

실제로 ‘그물귀신버섯’이 있어요. 또 ‘눈물버섯’도 있답니다. 단순하게는 이 이름들의 조합이에요. 세상에는 달걀버섯, 미치광이버섯, 애기방귀버섯 등 들으면 웃기고 신기한 버섯들이 정말 많이 있는데요. 어느 날 이 이상한 이름들에 빠져 버섯 도감을 찾아보게 되었어요. 처음엔 이름이 없었을 야생 버섯들에게 어쩌다가 이렇게 특이한 이름들이 주어졌을까 상상해봤어요. 그랬더니 자연스레 제가 그 버섯들을 시로 가져와 쓰고 있더라고요.

아, 혹시 ‘댕구알버섯’이라고 아시나요? 어제 본 뉴스에 따르면 희귀종인 그 댕구알(눈깔사탕이라는 뜻)버섯이 남원에서 몇 년째 계속 자라나고 있대요. 정말 아주 커다랗고 하얀 버섯인데, 이름처럼 독특해 보였어요. 제가 조합해 만든 ‘눈물귀신버섯’도 어쩌면 이렇게 매년 희귀하게 태어나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. 남과 다르다고 버림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희귀종으로 존중받으며 살았으면 하고요. 알려진 대로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존재예요. 균류에 속하는 이 개체가 어쩐지 제게는 산 것도, 죽은 것도 아닌 귀신과 같아 보였어요. 경계의 이쪽에선 아무도 아니지만, 또 저쪽에선 아무나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.

Q3. 그러고 보니 ‘폭설이었다 그다음은’이라는 첫 시집의 제목과도 꽤 다른 분위기의 제목이에요. 첫번째 시집과 비교해 이번 시집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.

제일 먼저는 화자인 것 같아요. 어두워졌달까, 성숙해졌달까, 첫 시집 때와는 조금 다른 여자가 시집 전반을 누비는 느낌입니다. 그렇다고 유머를 잃어버리고 싶진 않았어요.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. 제가 좀 진지한 편이라 일상에서는 누군가를 많이 웃기지 못하는데, 시에서만큼은 독자분들이 유머를 잘 찾아주셨으면 좋겠네요. 그리고 첫번째 시집에서 출발한 소재들이 확장된 점도 특징이지 않을까 싶어요. 이번 시집에는 유령뿐만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, 그리고 귀신이나 공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. 읽을수록 더 선명한 장면들을 그려볼 수 있을 거랍니다.

Q4.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감각적이고 서사적입니다. 영화 중에서도 공포 영화, 그것도 다 보고 나면 어쩐지 서글픈 마음이 드는 공포 영화 같아요. 시인님은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? 평소 어떤 것들에서 시상을 떠올리시나요?

네, 저는 무섭고 슬픈 이야기를 아주 많이 좋아해요. 그래서 제 시에도 자연스레 한(恨)의 정서를 담아보고자 했어요. 평소에 저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요, 특히 애정하는 장르가 공포 영화예요. 요즘 공포 영화는 너무 자극적이거나 놀라게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작품 자체는 아쉬운 경우가 많아서 가려 보고 있지만, 인상 깊게 본 몇몇 작품들은 사라지지 않고 제 안에 남아 시의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. 예를 들면 영화 〈기담〉에서 본 장면들을 떠올리며 가끔 제 머릿속을 환기해볼 때가 있는데요. 그렇게 하면 특정 시를 쓸 때 집중하기 딱 좋더라고요.

공포 영화 속 늘 무섭게 등장하는 귀신들의 모습은 때론 슬퍼 보이는데, 사실 그들은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고 싶어할 뿐이잖아요. 저는 그런 억눌린 마음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어요. 이번 시집에서는 제 마음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마음도 어루만져주고 싶었어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