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학동네시인선 204 『투명한 것과 없는 것』

Q1. 시집 『투명한 것과 없는 것』이 출간되었습니다. 2001년 데뷔 후 여덟 번째 시집인데요. 이번 시집을 선보이는 마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.

무척 설레면서도 긴장됩니다. 이번 시집엔 어디에도 싣지 않은 미발표작과 새로 쓴 시가 유독 많아서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.

Q2. ‘투명한 것과 없는 것’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.

지금까지 출간된 일곱 권의 시집 제목은 저 혼자 결정했어요. 그런데 이번 시집 제목 ‘투명한 것과 없는 것’은 문학동네 편집부 선생님들이 골라주신 몇 개의 제목 중에서 선택한 것입니다. 눈 밝은 편집자분께서 제 문장의 얄팍한 틈에서 제목을 발견해주신 거죠. 감사합니다.

‘투명한 것과 없는 것’은 확연함의 측면에서 정반대 개념일 수도 있지만 ‘보이지 않는다’는 면에서는 유사성이 큰 것들일 수도 있죠. 비가시적인 세계,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존재, 언어로 지칭할 수 없는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.

Q3. 시편들에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느껴집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, 화자는 이 세상을 사랑하고자,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하는데요. 이 애증의 감정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. 상처 입으면서도 우리는 왜 다시 사랑하고자 마음을 다잡는 걸까요?

누구나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. 저마다 그 감정에 몸부림치거나 해소하려 애쓰면서요. 저는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시를 쓰면서 세상을 응시하곤 해요. 그러다보면 더러운 웅덩이 같은 저의 내면을 헤엄쳐 탐색할 수밖에 없죠. 좌절감에 휩싸여서도 저는 이 세상과 단절하여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. 결국 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조응하며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. 사랑까지는 잘 모르겠어요. 사랑은 천차만별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. 사랑하지 않는 자를 범죄자처럼 보는 사회가 좋은 걸까요? 저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 문제에 더 예민한 편입니다. 자신이 상처받을지라도 타인을 다치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.

Q4. 이번 시집에서는 존재를 다면적으로 바라보려는 화자의 의지가 또한 돋보였습니다. 「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」과 같은 시편에서는 “감히 짐작할 수 없”을지라도 숲의 세계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이해해보려고 하지요.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존중하려는 화자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.

“삶은 나이아가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.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.”(『긴 호흡』, 마음산책, 118쪽)라는 메리 올리버의 말이 떠오르는데요. 저도 보드라운 흙이나 오래된 조개껍데기보다 인간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.

Q5.마지막으로, 『투명한 것과 없는 것』을 감상할 독자분들께 인사를 건네주세요.